기계식 키보드를 두 개 구입했다.
처음에는 유행에 편승하는 것 같아서 머뭇거리다가,
회사에서 쓸 것 하나와 집에서 사용할 목적으로 하나를 더 구입했다.
‘코로나19’가 끝나 갈 때 즈음해서, 회사의 사무실 환경이 많이 바뀌게 되었다.
기존에는 개인의 자리가 정해져있고, 파티션으로 각자의 영역이 나뉘어 있었다.
그래서 아침에 회사로 출근하게되면, 익숙한 나의 물건들이 있는 책상으로가서 앉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하는 것이 당연한 일상이었다.
또한 책상 아래의 개인 캐비넷에는 간단한 개인 용품이나 업무 자료들을 두고 활용할 수 있었다.
가끔 생각할 때 만지작 거리는 큐브와 멍때릴 때 내 눈이 머물 수 있는 작은 화분은 작은 심리적 안정을 주었다.
하지만, 바뀐 사무실은 레이아웃 뿐만 아니라 시스템 까지도 변화를 가져왔다.
회사에는 더이상 정해진 내 자리도, 익숙한 물건들이 널려있는 내 책상도, 각종 포스트잇이 붙어있는 내 모니터도 없게 되었다.
노트북 하나만 짊어지고 출근해서 비어있는 자리 아무 곳에나 앉아서 업무를 보면 된다.
회의도 헤드셋으로 자리에서 대부분 이루어지고, 업무의 대부분도 클라우드 환경에서 이루어진다.
원래 회사가 내 것이 그렇게 많은 곳은 아니었지만, 바뀐 사무실은 얼마 되지 않는 ‘내 것’ 마저 없애버렸다.
하루 종일 앉아서 일하는 그 자리마저 내것이 아닌, 오전과 오후의 내 자리가 다르고, 오늘과 내일의 내 자리가 다른…
그래서인지 사무실 한쪽에 붙어있는 사물함에 내 것을 붙이고 꾸미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가족 사진도 사물함 안쪽에 붙이고, 좋아하거나 재밌는 케릭터 스티커도 사물함 밖에 붙이기도 한다.
나도 회사에, 내 책상에 작은 내 것을 하나쯤은 놓고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래서 인터넷 쇼핑몰도 열심히 찾아보고, 각종 블로그와 유튜브의 후기들도 틈만나면 들여다 보면서 많은 시간들을 보냈다.
즐거웠다.
내가 원하는 키배열과 사람들이 선호하는 키 배열들도 찾아보고,
축별로 다른 소리를 내기에 다양한 축에대한 사양과 평가들을 공부해야 했다.
사무실에서 쓸 키보드는 방해가 되면 안되니, 그래도 문안한 컬러에 크지않은 저소음 축으로.
집에서 쓸 것도 와이프와 같이 쓰는 공간이니, 저소음 축으로… 하지만, 조약돌 소리도 포기하고 싶지 않아서 Enter, Backspace, 방향키 6개는 치즈축을 따로 구매해서 갈아주었다.
알아보고, 선택하고, 구매하고, 튜닝하는 과정들이 모두 재미있었다.
이제 이렇게 갖춘 기계식 키보드로 한동안 쉬고 있었던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엔터키와 백스페이스를 누를 때 마다 들리는 조약돌 소리를 즐기는 중이다.
기보드도 가지고 놀겸, 블로그에 이런 저런 글들을 좀 자주 써 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