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 알베르 카뮈

모처럼 외부 교육을 이틀 동안 받게 되었다.
익숙한 회사와 집을 오가는 일상에서 벗어나, 낯선 장소로 이동하는 시간은 생각보다 길고 지루했다.
그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기 아쉬워 오디오북을 켰다.
오래전 읽었던 까뮈의 『이방인』을 다시 들어(?) 보기로 했다.

오래 전 기억 속의 줄거리는 단순했다.
해변에서 아랍인을 쏘아 죽이는 장면, 그리고 그 사건으로 이어지는 재판. 그 정도가 전부였다.
그래서 다시 듣는 『이방인』은 일종의 복습 같은 경험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를 천천히 되짚어보는 정도의 시간일 것이라 짐작했다.

하지만 오디오북 속 『이방인』은 내가 기억하던 이야기와는 조금 달랐다.
특히 해변에서 벌어지는 그 장면은, 단순히 “총을 쏘았다”는 사건이 아니라, 숨이 막힐 듯 늘어지는 시간 속에서 이루어지는 심리의 흐름으로 채워져 있었다. 태양의 눈부심, 피부를 찌르는 열기, 땀이 눈으로 흘러드는 감각, 총을 쥔 손의 무게, 그리고 그 모든 감각이 한 점으로 수렴되는 찰나. 그 짧은 순간이 마치 길게 늘어진 시간처럼 묘사되며, 사건은 단순한 살인이 아니라 어떤 ‘압도적인 순간’으로 다가왔다.

예전에는 그 장면을 단순한 줄거리의 한 부분으로만 기억했지만,
이번에는 그 순간을 둘러싼 감각과 심리가 훨씬 강하게 남았다.
총성이 울리기 전의 정적과, 총성이 울린 뒤에도 이어지는 공허함이 더 오래 머릿속에 머물렀다.

오디오북이라는 형식도 색다른 경험이었다.
활자를 눈으로 따라갈 때보다, 목소리를 통해 전달되는 문장은 조금 더 느리게, 그리고 조금 더 감정 없이 흘러갔다.
그 담담한 톤이 오히려 뫼르소라는 인물의 무감각함과 잘 어울렸다.
이동 중 창밖을 보며 듣고 있으니, 마치 내가 그 이야기 속에서 조금 떨어진 위치에 서서 장면을 바라보는 느낌이 들었다.

어쩌면 그래서일까. 이번에는 줄거리보다 분위기와 감각이 더 또렷하게 남았다.
이야기를 ‘이해했다’기보다, 그 공기와 온도를 ‘겪었다’는 느낌에 가까웠다.

기회가 된다면, 이번에는 다시 책으로 『이방인』을 읽어보고 싶다.
오디오북으로 들으며 떠올랐던 그 장면들을, 활자 속에서 다시 천천히 확인해보고 싶다.
아마도 같은 이야기일 테지만,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지도 모른다.

오랜만에 만난 『이방인』은, 기억 속의 줄거리보다 훨씬 더 조용하고, 건조하며, 이상하게 오래 남는 이야기였다.


카테고리 : 책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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