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 [읽다] – 책은 인간을 바꾸는 위험한 경험이다

나만 아는 회사의 휴일에, 육아 땡땡이 치고 갔던 도서관에서 읽었던 책 [읽다_김영하].
도서관 로비에 꽂혀 있던 책 중에 눈길이 가길래 빼들고 읽기 시작해서, 하루동안 다 읽었던 책이다.
한동안 유튜브와 넷플릭스에 빠져서 읽는 것과 쓰는 것을 잊고 살다시피 했었는데,
다시 읽고 쓰고 싶다는 의욕이 생기게 해준 고마운 책이다.
지난 2025년도에 가장 잘 한일 중 하나가 이 책을 읽은게 아닌가 싶다.


김영하의 [읽다]는 소설가가 직접 자신의 독서 경험을 풀어내며,
문학이 인간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설명하는 강연 형식의 책이다.
이 책은 단순한 독서 안내서가 아니라, “왜 우리는 읽는가”라는 질문을 중심에 둔 사유의 기록에 가깝다.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작가가 독서를 ‘위험한 행위’라고 표현한 부분이었다.
우리는 보통 책을 읽는 일을 지식이나 교양을 쌓는 안전한 활동으로 생각하지만,
김영하는 오히려 책이 인간을 완전히 다른 존재로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그 대표적인 예로 [돈키호테]와 [보바리 부인]이 등장한다.
두 작품의 주인공은 모두 책 속 세계에 깊이 빠져 현실과의 간극을 견디지 못한다.
돈키호테는 기사 소설을 읽다가 실제로 기사처럼 행동하고, 보바리 부인은 낭만 소설 속 사랑을 동경하다가 결국 비극적인 결말에 이른다.
이를 통해 작가는 독서가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삶의 방향을 바꿔버릴 수도 있는 강력한 힘을 지녔음을 보여준다.

또 다른 장에서는 문학이 타인의 삶을 살아보는 경험이라고 말하며 [안나 카레니나]와 [위대한 개츠비]를 언급한다.
우리는 이 작품들을 통해 실제로 겪어보지 못한 사랑, 욕망, 좌절을 간접적으로 체험한다.
소설은 정답을 주지 않지만, 인물의 선택을 따라가며 스스로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특히 기억에 남는 부분은 카프카의 [성]을 설명하는 대목이다. 주인공 K는 이유도 모른 채 성에 들어가지 못하고 계속 거절당한다.
규칙은 존재하지만, 아무도 그 이유를 설명해주지 않는다.
김영하는 이 작품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 역시 비슷하다고 말한다.
우리는 어떤 구조 속에서 살아가지만, 그 이유를 명확히 알지 못한 채 불안과 혼란을 경험한다.
문학은 그 구조를 설명하기보다, 그 감각 자체를 체험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데미안],[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같은 작품들이 언급되며, 한 문장이 인간의 삶을 바꾸는 경험에 대해 이야기한다.
실제로 어떤 책은 독자의 인생 방향을 바꾸거나, 특정 세대 전체의 감수성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책의 후반부에서는 인간이 본능적으로 이야기를 통해 세계를 이해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오디세이아]같은 고전 서사를 언급한다.
결국 독서는 정보를 얻기 위한 행위가 아니라, 인간이 자신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 선택해온 가장 오래된 방식이라는 것이다.

[읽다]를 통해서 다시 생각하게 된 점은, 독서는 정답을 찾기 위한 과정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책은 해답을 주기보다 질문을 남긴다.
그리고 그 질문을 오래 붙들고 있는 과정 처체가 독서의 본질일지도 모른다.

이 책은 독서법을 알려주는 실용서라기보다, 왜 우리가 책을 읽어야 하는지를 조용히 설득하는 에세이에 가깝다.
책을 많이 읽지 않는 사람에게는 독서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고, 이미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자신의 독서 경험을 돌아보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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