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게임 이야기] 내가 중년이 되어서도 게임을 하는 이유.

나도 이제 사회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취미가 게임이라고 말하기가 약간은 머쓱해지는 40대 중반의 중년이 되었다.
주변 친구들과 같은 게임을 하면서 경험을 나누던 것도 꽤 오래 전의 기억이 되었다. 이미 서로의 일상과 시간은 다르게 흘러가고, 각자의 환경에 최적화된 취미들을 갖게 된지도 꽤 오래된 것같다. 바다와 가까이에 직장을 얻게된 친구들은 바다 낚시를 즐기는 사진들을 꾸준히 SNS에 올려주고 있고, 아이들이 어느정도 큰 친구들은 이제 같이 러닝을 하기도 하고 여행을 즐기기도 하면서 서로의 취미를 멀리서나마 응원하는 세대가 되었다.

어느날 문득, 난 왜 아직도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인가에 대한 물음을 나에게 던져 보았다.
같이 게임을 밤새워 즐기던 친구들도 서로의 인생들을 살기 위해 떠났고, 나도 바쁘게 일상을 살아내고 있는 중년의 나이에,
왜 아직도 혼자 있는 시간에 게임 패들을 잡고 모니터 앞에 앉는 것일까?
나 역시도 그 답이 조금 궁금했다.


바로바로 주어지는 성취감

보통 회사에서의 나의 일이라고 하면,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몇 년의 plan을 가지고 많은 사람들이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참여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프로젝트에 참여를 하는 것이다. 그 커다란 계획을 내가 주도하거나 내가 다 이끌어가느냐? 아니다. 그 계회의 아주 작은 일부분을 담당하고선 문제 해결을 위해 머리를 싸매고 관련 팀들과 박터지게 일을 진행시켜나가게 된다. 이 과정에서 내가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은 크지가 않다. 하루 하루의 업무는 장기 계획의 일부분에 해당하는 것이고, 몇 개월간의 업무도 긴 프로젝트의 일부 블록을 막 끝낸 것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몇 년의 프로젝트가 끝난 시점에도 프로젝트 후속 문제 해결들을 더 긴장하면서 대처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업무 환경에서 사회생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의도와는 다르게 뭔가를 길게 나열한 느낌인데, 한마디로 능력이 출중하지 못해, 기계의 아주 작은 나사같은 역할을 사회에서 담당하다보니, 성취감을 사회생활을 통해 느끼기가 쉽지가 않은 환경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무언가의 끝이 다음 단계의 시작이 되는 끊임없는 반복속에, 게임은 나에게 일상의 오아시스같은 존재다.
피아 구분이 명확한 환경에서 목표로한 적을 물리치거나, 퀘스트를 수행하면, 그와 동시에 수치화된 경험치와 더 강한 힘을 얻을 수 있다.
이 즉각적인 보상의 경험은 나를 아직도 게임의 세계에 머무르게 하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이다. 무지막지하게 강한 상대를 쓰러트리고 게임의 엔딩을 보았을 때, 긴 여정의 스토리를 따라서 모험을 즐기다가 이야기의 마지막을 보았을 때, 난 사회에서는 느끼기 힘든 성취감을 느낀다.
내가 주인공인 소설의 마지막 장을 읽은 느낌이라 게임의 자막이 올라가는 순간을 맥주를 마시며 즐기기도 한다.

드레곤퀘스트 전투장면

모두에게 공정한 세계

40대가 되면, 같은 교실/강의실에서 공부하고 거의 같은 목표를 가지고 공부하던 친구들의 인생이 많이 달라지는 시기인 것 같다. 선택한 인생의 방향에따라 서로의 행로가 많이 달라져 있음을 확연히 확인하게되는 나이가 바로 40대임을 체감하는 요즘이다. 과정이 성실하고 열심히 한다고 해서, 그 결과또한 모두가 바라는대로 좋지 않음도 몇 번의 경험을 통해 알 수 있는 나이이기도 하고, 출발선이 같다고 생각했던 이들이 사실은 그 출발부터가 달랐음을 눈으로 확인하게 되어 일종의 무력감마저 느끼게 되는 때이기도 하다.

하지만, 게임의 세계는 다르다.
모두가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하고, 게임에 참여하는 모든 유저는 동일한 룰을 따르고 동일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세계를 경험을 하게 된다.
현실에는 없는 공정한 룰 하에 모험도 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나의 경험치를 열심히 쌓아서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는 강한 적도 쓰러뜨릴 수 있는 세계를 중년이 된 지금도 난 떠나지 못하고 있다.


어릴 적 결핍

내가 초등학교 시절에 가정용 비디오게임이 선풍적인 인기였다.
각종 티비 아이들이 보는 만화 잡지의 광고란에는 어김없이 게임기가 있었고, 우리는 그걸 넉놓고 한참을 들여다보는 것이 일이었다. 내가 처음 접한 비디오 게임도, 고모집에 갔을 때 사촌 동생과 함께 했던 것이 처음이었다. 처음으로 슈퍼마리오를 플레이 했을 때의 그 경험을 잊을 수가 없다. 그 날 잠들기 전에도 게임 화면을 떠올리며 잠들었을 정도이니 말이다.

어릴 때 맘놓고 플레이 할 수 있던 시기가 지난 이 후에, 가정용 게임기와 컴퓨터 게임을 통해서 게임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때는 이미 게임을 하면서도 학업에 대한 고민을 한켠에 두고 해야하는 시기여서 그런지 제대로 즐기지 못한 결핍이 여전히 남게 되었다.

유년기의 게임에 대한 그 갈증이 40대의 어른이 된 지금도, 틈이 나면 게임기 앞에 앉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싶다.

패밀리

5살 아이와 키우는 사슴벌레

조금 늦은 AI 사용 후기

제니퍼룸 커피머신(JR-EM0212S WHDP) 찌꺼기 추출기 끼임

카뮈 『이방인』과 『페스트』의 배경은 어디일까?

빗썸 비트코인 오지급 사건: 단순 실수인가, 구조적 문제인가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