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부동산은 종교다

대한민국에서 내 집을 가지지 않고 살아간다는건 종교를 갖지 않고 살아가는 것과같다.

봄날 오후의 졸음을 참지 못하고 같은 건물에서 근무하고 있는 학교 선배를 소환했다.
차라도 마시면서 환담이라도 좀 할까하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얼굴을 마주하고 일초만에 나의 그 결정을 후회하고 말았다.

‘집 결정했어? 샀어? 애 잘 키우고 싶다며 안양 가라니까? 아니면 노량진, 송파, 영등포…. 분양 많이 하더라 빨리 잡아!’
만나자 마자, 쉬지않고 부동산 이야기를 쏟아 부었다.
지난 번 만났을 때 같은 이야기를 하길래 좀 싫은 티를 내고 자리를 파했던 터라 가슴이 다시 답답해왔다.
사람을 만나면 주로 들어주는 편인데, 강요를 동반한 대화 내용은 들어주고 있기가 너무 힘이 들었다.
그래서 화재 전환도 내가 먼저 잘 하지 않는 성격인데, 대놓고 화제를 꺽어 버렸다.
그 형도 약간 당황하더니 다른 주제로 겨우 넘어갈 수 있었다.

부동산이라는 주제를 놓고 보면, 대한민국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슷한 것 같다.

회사에서 결혼을 한다고 청첩장을 내밀면, 청첩장을 받기도 전에 집을 먼저 물어본다.
집은 어디로 잡았어? 대화가 어떻게 흘러갈 줄 알면서도 어디에 집을 얻었는지 말할 수 밖에 없다…
그러면 조심 스럽게 자가인지 전세인지를 물어본다.
전세라고 대답을 하면, 그 때부터 조심성은 한결 없어진다.
본인의 내집마련 스토리부터 시작해서, 본인이 그 지역에 자리잡은 이유,
너도 빨리 대출이라도 이빠이 땡겨서 집을 사라는 훈개조의 말로 대화가 끝나기 일쑤였다.

처음에는 조언을 한다는 사명감으로 그들은 임하는 것 같다.
이 어린양이 하루빨리 자가의 이로움과 자가가 주는 사회적 안정감,
그리고 상급지가 주는 우월한 생활에 대해 하루빨리 깨우치고 본인과 같은 자가의 길을 걸어가길 바라면서 말이다.

하지만, 이녀석이 계속되는 포교활동에도 불구하고 웃는 낫으로 요지부동으로 전세를 살고 있다면,,,
약간 화가 난다.
인플레이션이 이렇게 심해지는데, 왜 집을 사지 않는거야.
집값이 이렇게 오르고 난 내가 산 가격을 한참 넘어서 이득을 이렇게 보고 있는데 말이다.
그래서 얼굴이 보일 때 마다 붙잡고 앉혀놓고 설교를 시작한다.

그래도 집을 사지 않고 버티고 있으면,
그 때부터는 10년지기 친구 선후배를 떠나서,
이미 이 무주택자놈은 이 세상이 망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아주 나쁜 놈으로 보이는 것 같다.
본인이 가진 집값이 언젠가는 아주 가치도 없는 똥값으로 떨어지기를
매일같이 비는 부동산 폭락론자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본인이 생각하는 격이 맞는 사람과 어울리려 한다.

한국 사회에서 부동산, 재테크 아니면 서로 만나도 할 말이 별로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래도 예의를 차리고 몇 번 받아주면, 아직은 별 생각 없나보다 하고 넘어갈 수 있는 사람은 드문 것 같다.

한국 사회에서 부동산은 이미 권력이고 종교이다.
나의 자존감을 세워줄 자산이고, 언제까지고 무너지지 않을 믿음의 원천이다.

당위성, 경제성을 떠나서 개인적으로 대한민국 부동산은 지긋지긋하다.
어쨌든 가족들을 위해서 내 경제 여건에 맞는 집을 마련해야 하겠지만,
개인적으로 사회생활하면서 집이야기는 이제 하지 않으려 한다.
아파트는 이제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는 단어가 되어 버렸다.
나부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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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유토피아>
서울을 벗어나면 죽는줄 아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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